이야기
브리저튼을 처음 볼 때는 그냥 화려한 시대극 로맨스겠거니 하고 가볍게 시작했다. 파스텔톤 드레스와 무도회 장면들이 눈을 사로잡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시즌1 내내 궁금했던 게 하나 있었다. 익명으로 사교계 스캔들을 폭로하는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소문지 작가, 대체 누구일까 하는 것.
사실 이건 처음부터 시청자한테만 살짝 알려주는 설정이었다. 늘 무리에서 조용히 관찰만 하던 페넬로페 페더링턴이 사실 그 레이디 휘슬다운이라는 걸, 드라마는 초반부터 은근히 보여준다.
그런데도 극중 인물들은 시즌3이 되어서야 이걸 알게 된다. 콜린이 페넬로페의 정체를 알고 나서 처음엔 분노하다가, 결국 그 정체까지 포함해서 그녀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오랜 짝사랑 서사치고 꽤 묵직하다.
레인저스 하우스, 그리니치(런던) · Wikimedia Commons
그러다 이 화려한 런던 거리가 어디서 찍혔는지 찾아보고 나서 진짜 반전을 하나 더 알게 됐다. 극중 브리저튼가와 페더링턴가 저택은 같은 광장을 마주 보는 이웃집처럼 나오는데, 실제로는 전혀 다른 도시에 있는 건물이다.
브리저튼가 저택은 그리니치의 레인저스 하우스, 페더링턴가 저택은 바스의 로열 크레센트 — 1767년에 지어진 진짜 조지 왕조풍 건축물이다. 제작진이 사자 석상과 장식을 더해 그 가문 특유의 과시적인 느낌을 살렸다고 한다. 이 둘을 CGI로 이어붙여서 런던의 한 광장을 사이에 둔 이웃집처럼 만든 셈이다.
목소리만 나오는 레이디 휘슬다운을 실제로 연기한 사람이 줄리 앤드루스라는 것도 찾아보고 알았다. 얼굴 없는 캐릭터에 관록 있는 무게감을 그대로 데려온 셈이다.
시즌1의 다프네와 사이먼 이야기도 다시 보면 흥미롭다. 가짜 연애 계약으로 시작한 관계가 진짜 사랑으로 바뀌는 과정 자체는 흔한 설정이지만, 그 사이 두 사람이 겪는 갈등이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훨씬 무거운 문제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면 다르게 보인다.
시즌2의 앤서니와 케이트도 마찬가지다. 의무감으로 신붓감을 찾던 앤서니가, 정작 마음이 가는 사람은 신붓감 후보의 언니였다는 갈등에서 시작해 서서히 사랑으로 바뀌어간다.

홀번 박물관, 바스(영국) · 2016년 7월 촬영 · Wikimedia Commons
시즌1~2에서는 바스 전체가 런던을 대신했는데, 시즌3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다시 로열 크레센트로 돌아왔다고 한다.
헤이스팅스 공작 저택은 요크셔의 캐슬 하워드였고, 댄버리 저택은 바스의 홀번 박물관이었다는 것도 알고 나니 이 드라마의 런던이 사실 영국 전역을 이어붙인 조합이라는 게 실감났다.
원작은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이고, 숀다 라임스의 숀다랜드가 제작을 맡았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의 화려한 런던은 진짜 런던이 아니라 여러 도시를 이어붙인 합성물이다. 나도 이거 알고 나서부터는 바스 사진만 봐도 자동으로 로열 크레센트부터 찾게 됐다.
언젠가 바스에 가면 로열 크레센트 앞에 서서, 여기가 페더링턴 저택이었다는 걸 떠올리며 사자 석상부터 찾아보고 싶다.
이 장면의 실제 장소
대표 촬영지 TOP5
레인저스 하우스 (Ranger's House, London)
공식·직접
로열 크레센트 (Royal Crescent, Bath)
공식·직접
홀번 박물관 (Holburne Museum)
공식·직접
바스 어셈블리 룸 (Bath Assembly Rooms)
공식·직접
캐슬 하워드 (Castle Howard)
공식·직접
등장인물과 배우 (15명 중 8명)
전체 인물 관계와 이야기는 지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브리저튼 (Bridgerton)의 전체 장소 목록 (14곳)
레인저스 하우스 (Ranger's House, London)
그리니치에 있는 저택으로, 브리저튼 가족 저택의 실내 장면 다수가 촬영됐다.
로열 크레센트 (Royal Crescent, Bath)
1767~1775년에 지어진 조지 왕조풍 초승달 모양 건축물로, 30채의 1등급(Grade I) 리스티드 건물이 로열 빅토리아 파크를 향해 둥글게 늘어선 영국의 대표적인 거리 중 하나다. 그중 "No.1 Royal Crescent"가 페더링턴 가문 저택의 외관으로 등장했는데, 제작진이 사자 석상과 페디먼트, 로제트 장식을 추가해 이 가문 특유의 화려하고 과시적인 취향을 표현했다. 실제로는 CGI로 런던의 조지 왕조풍 광장 건너편에 브리저튼가 저택(그리니치 레인저스 하우스)이 있는 것처럼 합성됐다. 시즌1 촬영은 2019년 8월과 11월 두 차례 진행됐고, 시즌3 촬영을 위해 제작진이 다시 돌아왔다.
홀번 박물관 (Holburne Museum)
댄버리 저택으로 등장한 바스의 미술관이다.
바스 어셈블리 룸 (Bath Assembly Rooms)
화려한 무도회 장면들이 촬영된 18세기 사교 공간이다.
캐슬 하워드 (Castle Howard)
요크셔의 웅장한 대저택으로, 헤이스팅스 공작 저택으로 등장했다.
햄튼 코트 궁전 (Hampton Court Palace)
튜더 왕조의 궁전으로, 왕실 장면들의 배경이 됐다.
올드 로열 네이벌 칼리지 (Old Royal Naval College)
그리니치의 웅장한 건축물로, 여러 사교 장면들이 촬영됐다.
윌턴 하우스 (Wilton House)
여러 궁전 내부 장면이 촬영된 윌트셔의 대저택이다.
바실던 파크 (Basildon Park)
파티와 저택 장면들이 촬영된 버크셔의 내셔널트러스트 저택이다.
페인즈힐 파크 (Painshill Park)
정원 장면들이 촬영된 18세기 풍경 정원이다.
로담 파크 (Wrotham Park)
오브리 홀로 등장한 하트퍼드셔의 대저택이다.
랭커스터 하우스 (Lancaster House, London)
왕궁 장면들이 촬영된 런던 중심부의 화려한 저택이다.
바스 시내 (Bath City Centre)
브리저튼 촬영지가 밀집한 영국 서부의 대표 도시다.
브리저튼 체험 행사 (기간 한정)
무도회 체험 등 브리저튼 테마의 기간 한정 이벤트가 열리는 런던의 행사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