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반지의 제왕을 처음 볼 때는 그 방대한 세계관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종족, 언어, 수천 년의 역사 — 이걸 다 알아야 하나 싶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화려한 전투가 아니라, 반지를 짊어진 아주 작은 존재 하나였다.
특히 마지막에 운명의 산 앞에서 프로도가 반지를 스스로 없애지 못하고 오히려 손가락에 끼워버리는 장면, 그건 다시 봐도 충격적이다. 그 오랜 여정 끝에 결국 반지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게 주인공이었다는 거다.
결국 반지가 파괴되는 건 프로도의 의지가 아니라, 골룸이 그 손가락을 물어뜯어 반지를 되찾다가 발을 헛디뎌 용암 속으로 함께 떨어지면서다. 영웅의 결단이 아니라 우연과 탐욕이 세상을 구한 셈인데, 이걸 알고 나면 이 이야기가 훨씬 더 냉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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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가리로 국립공원(뉴질랜드), 나우루호에 산 일대 · 2009년 1월 촬영 · CC BY-SA 2.0 · Wikimedia Commons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가 뉴질랜드의 실제 자연을 그대로 촬영에 활용했다는 걸 알고 나서,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다시 보게 됐다.
호비튼이 특히 그렇다. 1998년 제작진이 헬리콥터로 로케이션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진짜 양·소 목장이었는데, 1편 계약상 촬영 후엔 원래 땅으로 복구하기로 되어 있어서 세트를 한 번 철거했다고 한다.
그런데 2009년 호빗 3부작을 위해 이번엔 아예 영구 시설로 다시 지었고, 지금은 상시 개방된 관광지가 됐다.
모르도르는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실제 화산 지형이고, 운명의 산은 지금도 활화산인 나우루호에 산의 외형을 그대로 썼다. 프로도가 반지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그 장소가 지금도 실제로 연기를 뿜는 산이라는 게 묘하게 소름 돋는다.
촬영 자체도 특이했다. 1999년 10월부터 2000년 12월까지, 3부작 전체를 사실상 동시에 찍어낸 전례 없는 규모였다고 한다.

퀸스타운 전경, 밥스피크에서(뉴질랜드) · CC BY 2.0 · Wikimedia Commons
리븐델 세트는 지금은 철거돼서 없지만, 카이토케 지역공원에 가면 그 자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야기 후반, 사우론이 완전히 무너지고 아라곤이 곤도르의 왕위에 오르는 장면도 다시 볼 때마다 뭉클하다. 그저 방랑하던 이가 결국 왕좌를 되찾는 그 여정이, 반지를 짊어졌던 프로도의 여정과 나란히 놓이면서 더 크게 다가온다.
그런데 정작 반지를 없앤 프로도는 끝까지 예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몸과 마음에 남은 상처 때문에 결국 샤이어를 떠나 바다 건너 불멸의 땅으로 향하는 마지막 장면은, 승리 이후에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러니까 중간계는 상상 속 어딘가가 아니라, 뉴질랜드 남북섬 곳곳에 이미 흩어져 있던 진짜 풍경이다.
나는 아직 뉴질랜드에 가본 적 없지만, 언젠가 그 150곳을 하나씩 밟아보는 여행을 진지하게 계획해보고 싶다. 특히 호비튼에서 시작해서 나우루호에 화산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이 장면의 실제 장소
대표 촬영지 TOP5
호비튼 (Hobbiton, Matamata)
공식·직접
통가리로 국립공원 (Tongariro National Park)
공식·직접
나우루호에 산 (Mount Ngauruhoe)
공식·직접
카이토케 지역공원 (Kaitoke Regional Park)
공식·직접
마운트 선데이 (Mount Sunday)
공식·직접
등장인물과 배우 (18명 중 8명)
전체 인물 관계와 이야기는 지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반지의 제왕 (The Lord of the Rings)의 전체 장소 목록 (14곳)
호비튼 (Hobbiton, Matamata)
1998년 헬리콥터로 로케이션 헌팅을 하던 제작진이 알렉산더 가족 소유의 1,250에이커 양·소 목장을 발견하며 탄생한 세트다. 1편 촬영 당시 계약 조건상 촬영 후 땅을 원상 복구하기로 되어 있어 세트는 한 차례 철거됐지만, 2009년 호빗 3부작 촬영을 위해 이번에는 영구 시설로 다시 지어졌고 지금은 상시 개방된 관광지가 됐다. 투어에는 호빗 굴 내부 관람과 그린 드래곤 펍 방문이 포함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 (Tongariro National Park)
황량한 화산 지형이 모르도르의 배경이 된 뉴질랜드의 국립공원이다.
나우루호에 산 (Mount Ngauruhoe)
운명의 산(오로드루인)의 실제 외형으로 쓰인 활화산이다.
카이토케 지역공원 (Kaitoke Regional Park)
엘프의 도시 리븐델 세트가 있었던 웰링턴 근교의 공원이다.
마운트 선데이 (Mount Sunday)
로한의 수도 에도라스가 세워졌던 캔터베리 평원의 언덕이다.
푸탕이루아 피너클스 (Putangirua Pinnacles)
죽음의 길 장면이 촬영된 독특한 침식 지형이다.
허트강 (Hutt River)
안두인강 장면 일부가 촬영된 웰링턴 인근의 강이다.
글레노키 (Glenorchy)
로스로리엔 주변 풍경으로 쓰인 퀸스타운 근교의 마을이다.
피오르드랜드 국립공원 (Fiordland)
거대한 자연 배경으로 여러 장면에 쓰인 뉴질랜드 남섬의 국립공원이다.
퀸스타운 (Queenstown)
여러 전투·여정 장면이 촬영된 남섬의 관광 거점 도시다.
트와이젤 (Twizel)
펠렌노르 평원 전투가 촬영된 캔터베리 지역의 마을이다.
웰링턴 (Wellington)
삼부작 제작의 핵심 거점이 된 뉴질랜드의 수도다.
웨타 워크숍 (Wētā Workshop)
소품·의상·특수효과를 직접 만든 웰링턴의 공식 제작사다.
펠로러스강 (Pelorus River)
호빗 시리즈 확장 촬영에 쓰인 뉴질랜드 남섬의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