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엄마 인스타 프로필 사진, 몇 년째 그대로다. 눈 쌓인 가로수길, 안개 낀 듯 뿌옇게 뻗은 나무 터널. 최근에 여행 다녀와서 찍은 사진이냐고 물었더니, 엄마가 웃으며 '거기 남이섬이야, 겨울연가 찍은 데'라고 했다.
겨울연가라는 이름은 알았다. 정확히는 '엄마들이 좋아하는 옛날 드라마' 정도로만. 근데 정작 본 적은 없다. 2002년 드라마니까, 나 태어나기도 전 얘기다.
그래서 유튜브를 뒤졌다. '겨울연가 레전드 명장면', '겨울연가 결말 정리' 이런 제목의 영상들이 조회수 수백만씩 찍혀 있었다. 20년 넘은 드라마인데 아직도 이렇게 많이 보고 있다고?
몇 개 클릭해서 봤다. 화질은 요즘 드라마처럼 선명하지 않은데, 이상하게 계속 눈이 갔다. 배용준이 안경을 벗는 그 3초짜리 장면 하나에 댓글이 8천 개 넘게 달려 있었다. '이 장면 때문에 일본에서 난리 났었다'는 설명과 함께.
일본 아주머니들이 배용준 보겠다고 단체로 한국까지 왔다는 얘기는 어릴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그땐 그냥 '엄마들 유난이었네' 정도로 흘려들었는데, 클립 속 팬미팅 영상을 보니까 그게 과장이 아니었다는 걸 알겠더라. 공항 게이트 앞에 늘어선 인파, 우는 사람들, 손으로 쓴 플래카드.
댓글 창을 계속 내리다 보니, 지금 나랑 비슷한 나이대 사람들이 '엄마 따라 봤었다', '리메이크 각인데' 이런 댓글을 남기고 있었다. 뒤늦게 발견한 게 나만은 아니었다.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겨울연가 촬영지 · Wikimedia Commons
이번엔 실제로 촬영지를 찾아봤다. 엄마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가로수길, 진짜로 있었다. 지금도 남이섬에 그대로. 심지어 '겨울연가길'이라는 이름까지 붙어서 표지판까지 세워져 있었다.
근데 다 남아있는 건 아니었다. 두 사람이 호숫가를 거닐던 중도유원지는 이제 레고랜드 코리아가 들어서서 그 풍경이 통째로 사라졌다. 준상이 살던 춘천 집도 2021년에 결국 철거됐다고 한다.
그 얘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잠깐 말이 없다가 '그렇구나' 하고 짧게만 답했다. 유튜브 댓글에서 봤던 그 열기랑, 지금 엄마의 담담한 침묵 사이에 뭔가 20년이라는 시간이 그대로 껴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결말을 찍은 거제도 외도는 아직 그대로 있다고 한다. 결말 장면 클립도 찾아봤다. 이미 다들 아는 얘기이긴 하지만, 그 마지막 장면의 공기는 직접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여기까진 안 쓰기로 했다.
클립으로만 엄마 세대 드라마를 뒤늦게 파고들었는데도, 이게 그냥 옛날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의 스물몇 살 어딘가에 진짜로 있었던 장소들이라는 게 신기했다. 화면 속 풍경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좌표라는 게.
다음에 남이섬 갈 일 있으면, 엄마 프사 속 그 각도 그대로 한 장 찍어드려야겠다. 이번엔 나도 전편을 제대로 정주행해보고 나서.
이 장면의 실제 장소
대표 촬영지 TOP5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연인의 숲' (강원 춘천)
공식·직접
남이섬 자전거길 (강원 춘천)
공식·직접
남이섬 조각공원 — 연인상 (강원 춘천)
공식·직접
중도유원지 (강원 춘천, 현재 레고랜드 코리아 부지)
공식·직접
준상이네 집 터 (강원 춘천 소양로, 철거됨)
공식·직접
등장인물과 배우 (17명 중 8명)
전체 인물 관계와 이야기는 지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겨울연가 (冬のソナタ)의 전체 장소 목록 (10곳)
춘천고등학교 돌담길 (강원 춘천)
준상과 유진, 상혁이 함께 다니던 고등학교의 배경으로 등장한 실제 학교. 지금도 재학 중인 학교라 외부 담장·돌담길 위주로 촬영됐다. 춘천시가 시내 촬영지 12곳에 안내판을 설치할 때 이곳도 포함됐다.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연인의 숲' (강원 춘천)
준상과 유진이 자율학습을 빼먹고 함께 걷던 그 길. 하늘을 찌를 듯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만드는 터널이 겨울연가 최고의 명장면 배경으로 꼽힌다. 방영 이후 '겨울연가길'이라는 별칭이 붙었고, 지금도 촬영지 안내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남이섬 자전거길 (강원 춘천)
두 사람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남이섬 순환로. 지금도 같은 길에서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남이섬 조각공원 — 연인상 (강원 춘천)
극중 두 사람의 첫키스 장면이 촬영된 곳으로 알려진 조각공원 일대. 지금은 배용준·최지우를 형상화한 연인 동상이 세워져 팬들의 기념촬영 명소가 됐다.
중도유원지 (강원 춘천, 현재 레고랜드 코리아 부지)
준상과 유진이 호숫가를 거닐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던 곳. 방영 당시엔 소박한 유원지였지만, 2022년 이 부지에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옛 풍경은 남아있지 않다.
준상이네 집 터 (강원 춘천 소양로, 철거됨)
강준상의 춘천 시절 집으로 등장한 실제 가옥. 방영 후 20년 가까이 팬들의 성지순례지로 남아있었으나, 2021년 재건축조합에 매각돼 철거됐다. 집 안 피아노 등 소품은 인근 재건축 아파트 단지 공원에 전시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제 이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춘천역 (강원 춘천)
친구들과 MT를 떠나던 날 등장하는 역.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화로 신역사가 들어서 드라마 당시의 구역사와는 모습이 다르다.
춘천 명동거리·중앙로터리 (강원 춘천)
유진이 준상의 사고 소식을 전해듣는 장면 등에 등장한 춘천 시내 번화가. 지금도 춘천의 대표적인 도심 상권으로 남아있다.
용평리조트 (강원 평창, 극중 '화이트 스키장')
10년 뒤 유진과 이민형(준상)이 스키장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로 다시 만나는 곳. 실제로도 국내 최초의 종합 스키 리조트로, 지금도 운영 중이다.
외도 (외도보타니아, 경남 거제)
드라마 최종화, 실명 위기의 준상과 유진이 재회해 서로를 확인하는 결말부 촬영지. 절벽 위 이국적인 정원 풍경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무리짓는 배경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