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엄마 서랍 정리를 도와드리다가 낡은 다이어리 하나를 발견했다. 표지에 한복 입은 여자 사진이 붙어 있길래 물었더니, '어, 그거 대장금 다이어리야. 2004년쯤 산 건데' 하면서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대장금이 뭐가 그렇게 대단했냐고 물었다. 엄마가 '그때 전 세계가 이 드라마 봤어'라고 했다. 좀 과장 아닌가 싶었는데, 검색해보니 진짜 91개국에 수출됐다는 기록이 나왔다.
유튜브에 '대장금 레전드 장면', '대장금 수라간 대결'로 검색해봤다. 조회수 몇백만짜리 클립들이 줄줄이 나왔다. 특히 홍시 하나로 궁중 요리 대결에서 이기는 장면 — 댓글 창에 '이 장면 때문에 요리 공부 시작했다'는 사람까지 있었다.
사극이라 좀 무겁지 않을까 했는데, 클립으로 몇 개 보니까 생각보다 흡입력이 있었다. 특히 이영애가 화면 정면을 응시하며 대사를 치는 그 특유의 표정, 요즘 배우들 연기랑 결이 다르면서도 왜 계속 눈이 가는지 알 것 같았다.
더 놀란 건, '장금'이라는 이름이 그냥 지어낸 캐릭터가 아니라는 거였다. 조선왕조실록에 실제로 나온다. 중종 때 활약한 의녀 '대장금'. 물론 실록에는 몇 줄 안 남아있고, 드라마 속 가족관계나 연애사는 다 창작이라고 한다.
낙안읍성 민속마을, 대장금 장터·백정마을 장면 촬영지 · Wikimedia Commons
그래도 실존 기록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유튜브에 '대장금 진짜 역사'라는 다큐 클립도 있어서 몇 개 봤다. 실록에 남은 짧은 문장 하나를 두고 이렇게 긴 이야기를 상상해서 만들었다는 게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촬영지도 찾아봤는데, 이게 좀 복잡했다. 원래 촬영을 위해 경기 양주에 세트장을 아예 새로 지었었는데, 2011년에 문을 닫았다고 한다. 지금 사람들이 '대장금파크'라고 알고 있는 용인 쪽 세트장은 사실 그 원본이 아니다. 원래 다른 사극 세트장이었다가 2015년에 이름만 대장금으로 바꾼 곳이라고.
엄마한테 이 얘기 했더니 '어 그래? 난 몰랐네' 하면서 오히려 흥미로워했다. 20년째 다이어리를 갖고 있던 엄마도 모르던 뒷얘기였던 거다. 괜히 내가 좀 뿌듯했다.
제주에는 진짜 장금이 유배 갔던 장면을 찍은 곳이 남아있다고 한다. 제주민속촌. 지금도 그때 촬영 안내판이랑 소품 전시가 있다더라. 유튜브 브이로그 중에 실제로 그 안내판 앞에서 인증샷 찍는 영상도 있었다.
엄마 세대한테 '국민 드라마'였다는 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이어리 한 권을 20년 넘게 안 버리고 갖고 있는 걸 보면 뭔가 알 것도 같다. 나한테 대장금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띄워준 몇 개 클립이지만, 엄마한테는 그 다이어리를 사던 스물몇 살의 어느 하루였을 거다.
다음에 제주 갈 일 있으면 민속촌에 한번 들러야겠다. 이번엔 클립 말고 정주행부터 해보고.
이 장면의 실제 장소
대표 촬영지 TOP5
제주민속촌박물관 (제주 서귀포 표선면)
공식·직접
협재해수욕장 (제주 제주시)
공식·직접
낙안읍성 (전남 순천)
공식·직접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 터 (경기 양주, 폐장)
직접
용인대장금파크 (경기 용인, 원조 세트의 후신)
직접
등장인물과 배우 (24명 중 8명)
전체 인물 관계와 이야기는 지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대장금의 전체 장소 목록 (7곳)
양주 대장금 테마파크 터 (경기 양주, 폐장)
대장금을 촬영하기 위해 실제로 지어진 원조 세트장. 궁궐 야외세트·수라간·소주방·동헌 등을 재현해 2004년 일반에 개방됐지만, 안전 문제와 노후화로 2011년 말 폐장했다. 세트 일부는 이후 용인대장금파크로 옮겨 복원됐다.
용인대장금파크 (경기 용인, 원조 세트의 후신)
지금 '대장금파크'로 불리는 이곳은 사실 2003년 대장금 방영 당시 실제 촬영지가 아니다. 원래는 'MBC 드라미아'라는 별도의 사극 종합 세트장으로, 2011년 양주 세트가 폐장한 뒤 2015년 8월 대장금 IP를 살려 '대장금파크'로 개칭하며 양주의 세트 일부를 이전·복원한 곳이다. 태종 이방원·슈룹·옷소매 붉은 끝동 등 다른 사극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주민속촌박물관 (제주 서귀포 표선면)
장금이 제주로 유배된 시기의 관아·움막 장면이 촬영된 곳. 2003년 12월 17일간 촬영이 진행됐다. 지금도 촬영 안내판과 포토존, 의상·대본·약초·의료기구를 전시한 미니 테마파크가 남아있다.
협재해수욕장 (제주 제주시)
장금과 민정호가 함께 산책하고 배를 타러 가는 장면이 촬영된 해변. 제주 서쪽 해안의 대표적인 해수욕장으로 지금도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낙안읍성 (전남 순천)
장터와 백정마을 장면이 촬영된 조선시대 읍성. 지금도 실제 주민이 거주하는 민속마을로 상시 개방돼 있다.
경복궁 소주방 (서울 종로구)
궁중 수라간 관련 장면의 배경으로 여러 여행 정보에 언급되는 장소이지만, 정확히 어느 회차의 어떤 장면인지는 1차 출처로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정보로만 수록한다.
화성행궁 (경기 수원)
궁중 사극 촬영지로 자주 언급되는 행궁이지만, 대장금의 구체적인 촬영 장면은 1차 출처로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정보로만 수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