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폭싹 속았수다》 보고 나면 좀 그런 게 있다.
제주 가고 싶다.
애순이랑 관식이가 걷던 바다도 보고 싶고, 유채꽃밭도 한번 가보고 싶고.
그런데 이 드라마, 사실 처음 볼 땐 그냥 '제주 배경의 잔잔한 로맨스겠지' 싶었다. 그런데 1화부터 마음을 흔든 건 로맨스가 아니라 애순이라는 인물이었다. 1950년대 제주에서 참고서보다 시를 쓰고 싶어하는, 똑똑하고 반항기 있는 열여섯 살 소녀로 사는 게 얼마나 버거운 일인지, 이 드라마는 예쁘게 포장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준다.
해녀인 어머니 전광례와 함께 가난한 형편 속에서 자란 애순, 한국전쟁으로 아버지까지 잃는 등 시대의 아픔이 가족사 깊숙이 새겨져 있는데, 그 와중에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이웃 소년 관식과 어린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간다.
관덕정, 제주목 관아 - 드라마 속 옛 제주 풍경의 실제 촬영지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시간의 흐름을 다루는 방식이다. 젊은 애순을 연기하던 배우가 어느 순간 중년의 얼굴로 바뀌는 장면 — 그 배우 교체 자체가 하나의 연출이 된다. 세월이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무엇을 안 바꾸는지를 얼굴로 보여주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애순과 관식이 부부의 연을 맺고, 가난과 고된 노동 속에서도 서로에게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장녀 금명을 비롯해 은명·동명 삼남매의 이야기로 다음 세대까지 넘어간다.
자라난 금명은 1987년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며 제주를 떠난다. 광주극장, 그러니까 '깐느극장'이라 불리던 곳에서 매표소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차관 집안 아들 박영범과 인연을 맺고, 같은 극장에서 간판화가로 일하는 박충섭과도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면서 서로 다른 출신 배경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중년과 노년이 된 애순과 관식의 삶이 함께 그려진다. 자식들을 키우고 떠나보내며 겪는 인생의 굴곡, 부부가 함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이 드라마의 진짜 중심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촬영지를 좀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월정리 해변, 제주 구좌읍 · Wikimedia Commons
둘이 있던 그 노란 유채꽃밭. 난 당연히 제주인 줄 알았는데 전북 고창이었다.
어린 시절 살던 제주 마을도 실제 제주 마을이 아니라, 제작진이 안동에 통째로 만든 세트였다. 돌담이랑 집은 물론이고, 시간이 흐를 때마다 벽지랑 지붕까지 조금씩 바꿔가며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건 찾아보다가 좀 신기했다. 애순과 관식이 살던 '도동리'. 제주 여행 가서 찾아보려고 지도 켜도 안 나온다. 원래 없는 마을이다. 제작진이 일부러 특정 제주 마을처럼 보이지 않게 만든 가상의 지명이라고 한다. 어느 한 동네의 이야기가 아니라, 누구한테나 있을 법한 고향처럼 보였으면 했던 것 같다.
반대로 진짜 제주에서 찍은 곳도 있다. 김녕 바다 같은 곳은 지금도 그대로 가볼 수 있다.
이 드라마, 공개 당시 IMDb·왓챠피디아 같은 곳에서 역대 한국 드라마 중 손꼽히는 평점을 받았다고 한다. 아이유가 직접 부른 OST '밤 산책'도 방영 후 큰 화제를 모았다고.
그러니까 제주 가게 되면 그냥 유명 관광지만 돌지 말고, "여기 혹시 그 장면 아니야?" 하면서 한두 군데 찾아가 보는 것도 꽤 재밌을 듯. 다만 정작 그 마음을 흔든 장면들 상당수는 제주가 아니라 안동과 고창에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제일 큰 반전인지도 모르겠다.
장면으로 다시 보기

성산일출봉에 남은 애순의 시간
성산일출봉은 《폭싹 속았수다》의 제주 삶과 감정을 연결하는 핵심 장소 중 하나다. 드라마의 서사와 실제 제주의 거대한 지형이 겹친다.
제주 서귀포시 — 성산일출봉 →
김녕의 바다와 해녀의 시간
김녕해수욕장은 애순과 관식의 어린 시절, 그리고 어머니 세대 해녀의 삶을 비추는 장면들과 연결된 제주 촬영지다.
제주 제주시 — 김녕해수욕장 →
둘이 가장 다정했던 바다
협재해수욕장은 애순과 관식이 파도를 뛰놀고 노을을 바라보는 따뜻한 장면들과 연결된 실제 제주 촬영지다.
제주 제주시 — 협재해수욕장 →이 장면의 실제 장소
대표 촬영지 TOP5
전북 고창군 — 학원농장(보리나라 학원농장) 유채꽃밭
공식·직접
전남 여수시
공식·직접
제주 서귀포시 — 성산일출봉
직접
제주 제주시 — 김녕해수욕장
직접
제주 제주시 — 협재해수욕장
직접
등장인물과 배우 (30명 중 8명)
전체 인물 관계와 이야기는 지도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폭싹 속았수다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의 전체 장소 목록 (28곳)
제주 서귀포시 — 성산일출봉
애순이 혼인 후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어머니를 따라 삼천배를 올리는, 극중 가장 눈물겨운 장면의 촬영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 제주시 — 김녕해수욕장
애순과 관식의 어린 시절, 그리고 두 사람의 어머니 세대 해녀들의 삶을 비추는 장면들이 촬영된 해변.
제주 제주시 — 협재해수욕장
애순과 관식이 파도를 뛰놀고 노을을 바라보는, 드라마에서 가장 다정한 장면들이 촬영된 해변.
제주 서귀포시 — 섭지코지
등대를 향해 함께 걷는 장면 등, 극중 가장 인상적인 산책 장면들의 배경이 된 해안 언덕.
제주 제주시 오라동 — 메밀꽃밭
하얀 메밀꽃이 가득 피는 곳으로, 극중 로맨틱한 장면의 배경이 됐다. 방영 이후 방문객이 크게 늘었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 유채꽃밭
애순과 관식의 첫 입맞춤 장면의 배경이 된 노란 유채꽃밭. 조랑말체험공원 인근 들판이다.
제주 제주시 — 제주목 관아
조선시대 제주 행정관청 건물을 복원한 곳으로, 극중 옛 제주 시내 장면의 배경으로 쓰였다.
경북 안동시 풍천면 — 도동리 세트장 부지(경북도청신도시)
극중 1950~60년대 '도동리' 마을 장면 대부분은 실제로는 제주가 아니라 이곳 안동에 지어진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초가집 80여 채와 돌담, 항구, 어선 4척까지 재현했으나 촬영 종료 후 철거되어 지금은 부지만 남아있다.
경북 안동시 — 안동호·호명호(안동호반)
'도동리' 세트장 인근의 실제 호수. 세트장의 인공 바다 장면을 보완하는 실제 수변 배경으로 함께 쓰였다.
강원 연천 — 시대 변화 거리 세트장 부지
1960년대부터 2025년 현재까지 60년에 걸쳐 변화하는 거리와 건물을 재현하기 위해 조성된 대규모 야외 세트. 안동 세트장과 함께 촬영 종료 후 철거됐다.
전북 고창군 — 학원농장(보리나라 학원농장) 유채꽃밭
많은 시청자가 제주 유채꽃밭일 거라 짐작했던 애순과 관식의 첫 입맞춤 장면, 실제로는 이곳 고창 학원농장의 유채꽃밭에서 촬영됐다. 농장 입구 왼쪽엔 유채꽃밭, 오른쪽 언덕엔 청보리밭이 함께 펼쳐져 있어 두 풍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대구 중구 계산동 — 계산성당 주변 오픈세트
1960년대 어린 애순과 관식이 양배추와 생선을 팔던 한국전쟁 직후 시장 장면이 이 근대 건축물 계산성당 주변 오픈세트에서 촬영됐다. 전쟁 이산가족을 찾는 팻말을 목에 건 할머니 등, 그 시절의 상흔을 담은 배경이다.
경북 칠곡군 — 가실성당
1895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고딕풍 성당으로, 훗날 금명의 결혼식 장면 배경으로 등장한다.
광주 동구 — 광주극장(극중 '깐느극장')
1935년 문을 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 극중 성인이 된 금명이 매표소 아르바이트생으로, 박충섭이 간판화가로 일하던 '깐느극장'으로 등장한다. 서울에서 돌아온 남자친구 박영범과 재회하고, 충섭과도 인연을 쌓는 극의 후반부 핵심 공간이다.
전북 정읍시 칠보면 — 칠보중학교
극중 학창 시절 장면의 실제 촬영지 중 하나로 알려진 학교.
전북 전주시 완산구 — 팔달로 일대
극중 시가지 장면 촬영지로 확인된 전주 구도심의 거리.
전북 전주시 덕진구 — 전북대학교병원
극중 병원 장면의 실제 촬영지로 확인된 곳.
광주 북구 용봉동 — 전남대학교
극중 대학 시절 장면 촬영지로 확인된 캠퍼스. 광주극장 인근의 금명·충섭 이야기와 지리적으로도 이어지는 곳이다.
서울 종로구 — 중앙고등학교
1908년 개교한 서울의 유서 깊은 고등학교로, 극중 서울 배경 장면의 실제 촬영지로 확인됐다.
경북 청도군 운문면 — 운문사
극중 사찰 방문 장면이 촬영된 실제 천년 고찰.
부산 동구 — 매축지마을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정착해 만든, 좁은 골목과 판잣집이 남아있는 동네. 19살 관식과 18살 애순이 함께 도피하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전남 여수시
드라마의 첫 장면, 즉 오프닝 시퀀스가 실제로는 제주가 아니라 이곳 여수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이 방영 후 화제가 됐다.
서울 관악구 — 서울대학교
제주를 떠난 금명이 1987년 입학한 영어영문학과가 있는 곳. 금명의 첫사랑이자 서울 인연인 박영범도 이곳 법과대학 출신으로, 두 사람의 서울 시절 이야기가 시작되는 배경이다.
제주 — 청심국제해양청소년수련원
극중 청소년 시절 단체 활동 장면이 촬영된 것으로 확인된 해양 청소년 수련시설.
제주 제주시 — 우도
성산항에서 배로 건너는 작은 섬. 극중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제주 제주시 조천읍 — 함덕해수욕장·서우봉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얀 모래사장, 봄이면 서우봉을 노랗게 물들이는 유채꽃으로 유명한 해변. 극중 두 사람이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의 배경이 됐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 제주민속촌
제주의 전통 가옥과 생활상을 그대로 복원해놓은 민속촌으로, 극중 1960년대 제주 마을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됐다.
제주 — 오름길(용눈이오름 인근)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 제주 특유의 오름 지형. 극중 애순과 관식이 나란히 걸어가는 장면의 배경으로 여러 차례 등장한다.